DDR 기계의 발판이 분해된 채 바닥에 있고, 수많은 바퀴 달린 화이트보드가 광장을 가로질러 끌리고 있으며, 세계 각지 오피스에 걸쳐 160여 개 팀의 라이어터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썬더돔이 한창인 모습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방에서는 3D 프린팅한 2XKO 피규어를 도색하고자 도료를 혼합하고 있고 옆방에서는 아늑한 카페 게임을 구현하는 방법을 세부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내부 절차를 개선하려는 팀, 오른쪽에는 새로운 스트리밍 확장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팀이 있고 수년간 각자 계속해서 거슬렸던 작은 부분을 해결하겠다는 목표 아래 단합한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10여 년 전 썬더돔을 처음 제안한 라이엇의 기술 총괄 에릭 “Riot Dankatron” 댕커 님은 “썬더돔은 라이엇식 해커톤입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걸 보고 게임 잼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잼에서는 게임이라는 분명한 결과물을 만들려고 하죠. 썬더돔은 더 자유롭습니다. 게임을 만들려고 하거나 구상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는 재무 쪽 업무 절차를 개선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목표는 누군가의 삶을 향상하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거죠. 그게 플레이어의 삶이든 다른 라이어터의 삶이든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 보여줄 수 있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합니다. 
 

Rioter working during Thunderdome 2024


Riot Dankatron 님은 이어서 “썬더돔을 제안했을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초창기여서 챔피언을 끊임없이 출시하느라 정신없었어요. 일과가 너무 바쁘다 보니 엔지니어들이 제쳐 두었던 문제를 처리하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제 처리에 집중하려고 퇴근 시간 이후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의도 자체는 훌륭하지만, 개발자가 퇴근 후에 나와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면 안 되죠.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회사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뒷받침하면 어떨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에 썬더돔을 제안하고 마크 님과 브랜든 님의 승인을 받아서 150명의 라이어터가 이틀 반 동안 문제 해결에 전념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썬더돔은 이후 몰라보게 발전했습니다. Riot Dankatron 님은 이번이 14번째 썬더돔이자 역대 최대 규모였을 거로 추측합니다. 20곳이 넘는 라이엇의 모든 오피스에 총 1,500여 명의 라이어터가 썬더돔 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어떤 라이어터는 로스앤젤레스까지 오기도 했습니다. 더블린과 싱가포르 등 지역별 중심지에 모여 대면으로 협업하는 라이어터도 있었습니다. 이쯤이면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라이어터들이 썬더돔에 참여하는 이유는 뭘까요?

썬더돔을 하는 이유

썬더돔은 무언가를 해결할 기회입니다.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기에 훌륭한 자리입니다. 그냥 재미있기도 합니다. 열 명에게 물어보면 열 가지 이유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썬더돔을 하는 이유는 라이엇의 게임에 무언가를 새로 도입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썬더돔의 결과물은 절대 게임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썬더돔 덕분에 정말 멋진 콘텐츠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가장 유명한 예시는 무작위 총력전의 ‘총력전’을 가능하게 하는 칼바람 나락을 낳은 증명의 전장입니다. 썬더돔 프로젝트에서 비롯한 챔피언 스킨, 미니게임(영문 링크), 맵 스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실제로 도입하는 데만 집중하면 썬더돔의 진정한 의의가 무색해질 만큼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집니다.

Riot Dankatron 님은 “썬더돔이 끝나면 온갖 다양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재미는 있었으나 실패로 돌아간 실험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죠. 그런가 하면 처음 구상한 그대로 구현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년 전 하나의 작은 발상에서 비롯해서 시간에 따라 무르익고 결국에는 다른 무언가로 변해 실제로 구현되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완전히 가상의) 흥미로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한참 전인 2012년에 썬더돔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이 등장하는 2D 대전 격투 게임(영문 링크)을 만든 라이어터들이 있었습니다. 4년 후 라이엇은 톰과 토니 캐넌 님의 레디언트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습니다. 결국 2XKO로 발전할 기반이 생긴 시점이었죠.

수년 전 그때 대전 격투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한 라이어터 중 2XKO 팀으로 넘어간 사람이 있는 걸까요? 당시 경영진이 대전 격투 게임에 등장하는 아리를 보고 실제 게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걸까요? 갓 입사한 Riot August 님이 그 썬더돔 팀의 발표를 보고 거대한 기계 주먹이 있는 챔피언이 있으면 어떨지 상상한 걸까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물론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 있겠지만, 가상의 상황이니 그냥 여기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가상의 상황은 사실 창의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언급한 실제 사례입니다. 창의성을 추적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썬더돔의 본질은 시머를 가미한 창의력의 향연입니다. 하지만 보랏빛 혈관은 원하지 않습니다. 48시간 동안 휴식도 충분히 취하기를 바랍니다.

모든 라이어터가 들을 수 있는 거시적 프로덕트 전략 교육 과정을 기획하는 팀의 아메드 시드키 님은 “창의성은 라이엇의 근간입니다. 썬더돔이 창의력을 다시 자극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꿈을 펼칠 기회이기를 바랍니다. 창의성이 온종일 하는 워크숍에서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다른 라이어터와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고 하기만 해도 창의력이 샘솟을 수 있죠. 그게 썬더돔의 핵심입니다. 발상 하나에서 시작해 48시간 안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협력이 필수이며 창의적 사고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녹색등이 켜진 지 51시간 지난 시점인 썬더돔 3일 차에는 발표가 시작합니다. 과학전람회라고 부르죠. 베이킹 소다 화산만 없을 뿐이지 완전히 상상하시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행합니다. 팀들이 화이트보드와 컴퓨터 모니터 옆에서 지난 이틀 동안의 작업을 설명하죠. 성과와 난관, 교훈을 다른 라이어터에게 전달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썬더돔 동안 팀들이 보여준 창의성, 열정, 헌신을 기리는 시상식까지 진행했습니다. 
 


올해 썬더돔에서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은 공개할 수 없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든 지난 48시간 사이에 나온 발상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엇 캠퍼스에 오셨는데 사내 DDR 기계로 ‘POP/STARS’를 플레이할 수 있다면 48시간을 아주 잘 보낸 팀이 있었다는 뜻입니다.